KBS의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인 의 종영 소식을 듣고 떠오른 단어가 하나 있다.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라는 불편한 단어가 그것이다. ‘레거시’는 죽은 이가 남긴 자산이라는 뜻도 있지만, 지금의 시대와 단절된 과거를 의미한다. 지상파 방송사에서 한 프로그램을 종영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 제작하는 과정은 새삼스럽지 않다. 그러나 본방 시청률은 낮아지고 넷플릭스, 웨이브, 유튜브 등 OTT의 비실시간 콘텐츠 시청이 더 일상화 된 지금, 하루 20시간 가량의 지상파 실시간 방송 프로그램 편성이 갖
지난 12일 경북 칠곡 쿠팡물류센터에서 근무하던 스물일곱 살의 노동자가 숨졌다. 올해만 과로사로 숨진 택배 노동자가 열세 명에 이르니 국정감사 의제가 되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언제부터인가 국정감사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그러나 26일 국회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과 쿠팡 물류담당 자회사 전무의 질의응답은 기대는커녕 거대한 벽을 느끼게 했다.국감장의 쟁점은 고인의 근무시간과 일수라는 숫자였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고인이 올 8월과 9월 동안 각각 주 70.4시간, 69.4시간을 근무하고 7일 연속으로 근무한 이유를 물었
저널리즘에 대한 정의는 많다. 그러나 저널리즘을 어떻게 정의하더라도 그 결과물은 언어활동의 하나임은 분명하다. 문자와 사진으로 된 기사, 음성과 현장음으로 전달되는 라디오 뉴스, 영상과 리포트가 들어간 텔레비전 뉴스 등 저널리즘은 인간의 언어활동으로 표출된다. 이런 점에서 기자는 독자를 대상으로 말과 문자로 글을 쓰는 작가다.문학사에서 작가는 시대마다 다른 독자들을 마주했다. 그러나 문학이론이나 비평의 소재는 주로 작품이나 작가에 맞추어져 있었지 이들과 독자가 맺는 관계에 주목한 경우는 드물다. 발터 벤야민은 1939년
격주로 돌아오는 칼럼을 쓸 때마다 가장 어려운 고민은 ‘글감’이다. 어떤 이슈를 택할지, 그 이슈가 나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지 고민한다. 여기에 이슈를 바라보는 내 관점은 동일한 이슈를 다루었던 다른 관점과 얼마나 다른지, 혹시 그 차이만을 고려한 협소한 관점은 아닌지도 고민이다. 게다가 이슈에 대한 관점을 택한다는 것은 평가이기도 하다. 뉴스보도,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드라마까지 미디어 콘텐츠를 대상으로 하는 평가는 콘텐츠에 등장한 출연자 뿐 아니라 제작진이라는 사람에 대한 평가이기도 하다. 문학이나 이론서와 같이 소수의
지난 8월14일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안에 반발하여 들어간 총파업이 9월4일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의 합의, 그리고 이에 반발하던 전공의들이 9월7일 업무 복귀를 결정함으로써 한 고비를 넘기게 되었다.이번 파업 사태는 의사들의 이해관계 관철이라는 표면적인 요구보다 한국 사회에서 ‘전문직’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의사, 법률가, 학자 등 전문직은 사람의 생명, 법적 처벌, 정확한 정보와 해설의 전달 등 업무 특성으로 일정 수준의 자격을 취득하고 엄격한 책임을 져야 한다. 물론 이러한 자격과 책임은 전문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비교적 안정기에 있을 때도 경고가 있었지만 이렇게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바이러스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위협이 다가오면 우리는 늘 눈에 보이는 원인을 찾는다. 이번에는 사랑제일교회와 보수단체의 광화문 집회가 확산의 중추로 지목되고 있다. 연일 뉴스에서는 해당 교회의 압수수색, 담임목사의 무책임함, 감염을 거부하는 과격한 반응 등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원인을 처벌하거나 삭제한다고 하여 그로 인해 발생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처벌은 나중으로 미루더라도 지금은 코로나19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와 백악관의 대응이 심상치 않다. 사건이 발생한 미니애폴리스에서 촉발된 시위는 이제 약 30여개의 도시로 확산 중이다. 최근 보도된 미국 내 항의시위 지역을 표시한 지도를 보면 흡사 코로나19 확산 지도로 착각할 정도다. 코로나19 감염병과 항의시위라는 두 사회 재난 상황이 중첩되고 있는 형국이다.며칠 동안 미국의 항의시위를 보도하는 외신과 국내 언론을 보면서 데자뷰처럼 떠오른 사건이 있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폐허가 되었던 뉴올리언스의 악몽이다. 재난 초기 피해 상